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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타이르듯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다가 나는 문득 내 발 덧글 0 | 조회 70 | 2021-06-07 22:42:44
최동민  
나 자신을 타이르듯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다가 나는 문득 내 발 아래쪽을 보았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며 뭔가 차가운 것이 몸 속을 훑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불로 덮여 있는 나의 두 발. 이불 위로 불룩한 자국만을 보이고 있는 내 다리. 두 발. 그런데 그 두 발의 길이가 달랐다. 이건내가 소리를 낸 정도는 아무도 듣지 못했을 텐데 그냥 떨어지게 놓아두었어도 될텐데.짧은 시간, 그러나 너무도 긴 시간이었다. 나의 입에서 말이 마쳐지고, 남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던 그 짧은 사이에 지나간 생각들. 나는 과거의 그 순간에 어떤 말을 했던가? 그것, 그것만이라도 생각해 낼 수 있다면.모든 것을 털어 놓아야 했을까? 아니, 그 때의 나는 그런 분별력이나 사려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다만 나를 휘어잡고 서 있을 수 있게 한 것은 다만 본능. 어떻게든 벗어나고 살아나야만 하겠다는 한줄기의 본능뿐.그 와중에 구석에 얻어 맞아 부어오르고 있는 뺨에 손을 댄 채 차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멍하니 서 있던 성숙이의 입. 그 입도 서서히 다물어져 갔었다. 틀림 없었다. 지금처럼. 지금 남편의 입모양처럼.울어서는 안 된다. 또 다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려서는 안 된다. 지금 갑자기 왜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나는.뭉치.남편을 과연 내가 죽인 것인가?벨소리. 이건 벨 소리였다. 누군가 현관에 와서 벨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갑자기 들려오는 하이드라의 음성에 날 듯 말 듯 하던 생각이 저만치 사라져버렸다. 주위를 둘러 싸고 있던 아이들의 얼굴과 선생님의 안경알이 다시 사라져 버리고, 허공에서 울려 오던 목소리가 다시 백코러스처럼 말을 이었다.아니야! 너는 죽지 않았어! 너는 정신을 잃었었고, 남편이 너를 정말 죽이려고 했다면 죽이는 것은 쉬웠을 거야!그러나.도와드릴까요?그 이. 그 이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도대체 또 무슨 이유로 무슨 일이 있었기에.그래서 바깥을 보고 당신을 발견한 거야. 여보! 내가 당신
정말 괴물의 머리는 마치 허공중의 목소리가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징그럽게 쑤욱 두 개로 늘어서 돋아나고 있었다. 아아.아아 그 눈 빛. 나는 남편을 사랑했고, 그 어떤 것도 우리의 사랑을 멀어지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게 도대체 웬일이라는 말인가!그러나 그날 저녁, 남편은 나를 불러내어 외식을 했고 자상하게 내가 힘든 면이 없느냐고 위로해 주었다. 그래서 잊고 있었는데.의사를 속이려고 할 필요는 없다. 거짓은 옳은 일이 아니니까. 다만 나는 그에게 구태여 진실을 설명해주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의사는 나에게 이상이 있다고 여기고 있고 상상을 초월한 여러가지 일들을 당하여 내가 제 정신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나를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어떤 일이 있더라도 다시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만은 용납할 수가 없다. 내 나약함, 내 안이함, 내 비굴함. 그 모든 짐을 그대로 짊어지고 싸울 수는 없다. 그래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자. 나는 신이다. 그러나 반쪽의 제한 된 신. 무기가 필요하다. 지금 나는 묶여 있다. 생각이 난다. 먼 옛날에 읽었던 책. 그때는 단순한 신화이고 재미있는 과거의 이야기라고 읽었던 것들이.몸 뒷 쪽에서 갑자기 강한 아픔이 밀려 들면서 아래로 떨구어지던 몸의 자세가 그대로 공중에 못박혀져 버렸다. 덜컥하면서 다리와 허리의 관절들에 왈칵 통증이 밀려든다. 뒤로 젖혀졌던 머리칼이 우르르 앞 쪽으로 다시 쏟아져 내려 시야를 가리고 그리고 암흑 속이다.그래! 남편은 하여간 일기를 쓰고 있어! 그건 틀림없어! 그걸 봐야 해! 봐야 해!여보. 도대체 왜?다시 옛날의 기억이 난다. 연필심을 팔에 꽂고 아픔을 참으면서 다른 아이들이 그러하듯 팔뚝을 문지르고 있었다. 속임수. 다른 아이 하나가 나에게 물어 보았다. 많이 아프지? 큰일이었다. 내가 주사를 맞은 것이 아니라 연필을 팔에 꽂아서 상채기를 냈다는 것이 밝혀지면.의사에게 말해달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으니까. 아까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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