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군요.][그렇다면]아내는 같은 말을 수십 번도 더 뒤풀이하고 있었다.자취집으로 가는 길에 구멍가게가 보이자 국발은 안으로 들어갔다.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었다. 그는 소주와 안주거리를 사고 나서 즉석복권 몇 장을 사 그 자리에서 긁었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모두 꽝이었다.국발의 자취집은 어두컴컴한 골목의 끝에 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는 몸으로 다리를 끌며 대문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갔다.[그럼요. 아무리 텔레비전 뉴스조차 안 보는 사람이라지만, 이 여자를 모를 리 있습니까. 1년여 전쯤에 그렇게 유명했던 여자를 지금도 TV를 보다 보면 현상수배 어쩌고저쩌고하며 가끔 나오던데요. 며칠 전에 추적 112라는 프로에서도 언뜻 봤고요.][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님 슬하에서 컸죠?][예, 임성철 성형외괍니다.][그 수원이 어디에 있죠?]그가 잠에서 깼을 때는 해가 서산으로 막 넘어가고 있었다. 그는 급히 시계를 봤다. 잠깐 잔다고 한 것이 벌써 3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전문가[하긴 그렇겠네요.][가끔 전화를 걸어도 되겠지?][오여인 쪽은 어떤가?] 전화를 받았던 조 형사가 최 반장에게 말했다.[정말, 미안][쌍둥이요?]최 반장은 사람들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쳐 댔다. 그러나 이성을 잃은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을 리 없었다. 엘리베이터의 표시등이 15층을 향해 다가올수록 그들은 엘리베이터의 문 쪽으로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서로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15층에 멈췄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채 열리기도 전에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은 서로 먼저 타려는 인파에 의해 엘리베이터의 안으로 떠밀려 들어갔다.[문 열렸어요. 들어와요. 무슨 일로][그럼, 어떤 아이를 여자로 키우쥬?][정말, 엽기적인 사건입니다.]차라리 돈 많은 부잣집 마나님이나 잘나고 똑똑한 체 하는 여자를 건드렸다면 죄책감이라면 몰라도 이런 수치심은 안 생길 터였다.인생의 밑바닥이나 기고 있을 불쌍한 여자를 겁탈하다니차 례 [보고 싶지 않아?]광주광역시의 J대학병원

말하면 잔소리라는 듯, 대답대신 임정현은 진숙의 눈을 바라보면 빙그레 웃었다.최근에 그는 회사의 규모를 확장하여, 능력 있는 자가 대접받는 사회 라는 구호를 내걸고 자율경쟁주의운동 이라는 것을 펴며 회사의 이미지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내용을 거꾸로 뒤집어 보면 능력이 없으면 남의 발가락이나 핥다가 죽어라 하는 얘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때문에 일부 대학생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그런 이미지 광고에 거부감을 표명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여자가 국발의 발에 걸려 팔을 크게 휘저으며 포장마차 구석으로 나자빠졌다. 그러면서 그녀의 짧은치마가 말려 올라가 팬츠가 훤히 드러났다.많은 경찰들이 보는 앞에서 최 반장이 심문을 시작한 용의자는 22세의 남자로 직업은 무직이었다.진숙은 눈물을 손으로 쓰윽 문지르고 나서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다시 한번의 침묵이 흘렀다.[그랬었군요.]TV를 보던 아들이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신이 나서 말했다.[앞에 한 여자가 걸어가고 있는데 보입니까?][죽은 사람이 살아서 돌아왔을 리도 없지만, 저한테 그런 얘기 해봐야 소용없어요. 저는 거북을 겨우 서너 번밖에 만나 못했으니까요. 그것도 아주 어렸을 적에 그것이 그렇게 궁금하면 우리 부모님을 만나 보세요. 며칠 있으면 이곳에 도착할 겁니다.][주민등록번호?][그날, 체육대회를 끝내고 돌아와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밤늦게까지 나의 자취방에서 술을 먹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취해 있었는데 세 명이 막걸리 두 병과 소주 두 병을 더 마신 거죠. 그리고서는 친구들과 함께 방에 아무렇게나 누워서 잠들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의식을 차렸을 때 머리 위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꼭 누가 나를 논평하는 것 같은 소리였죠. 그 소리는 사람의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신의 목소리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는 나였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신의 목소리였으며, 신의 목소리임이 너무나 명확했기에 나는 의심할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그 소리는 인체를 통과하는데 하나도 방해받지 않는 엑스레이와 같은